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[단편] 봄비 쌓인 눈 위에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. 너와 이어졌던 계절의 기억처럼 눈은 서서히 녹아만 간다. "눈은 좀 치웠어?" 나긋이 물어본다. 눈을 치우는 것은 네 담당이지만 너는 요즘 통 자기 할 일을 안 한다. "..." 부엌 저편에 있는 듯한 너는 뭐라고 했다. 아마 잘 들리지는 않아도 깜빡 잊어서 못 치웠다고 대답했으리라. "눈에 미끄러지면 다치니까.. 다 녹으면 같이 산책가자." 어렴풋이 기억나는 해질녘 분수공원의 추운 날씨에도 따듯했던 벤치의 감촉 때문일까? 산책을 좋아하는 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였다. "..." 봄비 내리는 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서일까 대답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. 그래도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. 너는 아마 그러자고 했겠지? 들뜬 마음에 뭘 입고갈지 .. 더보기 "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." 로 시작하는 짧은 글 고작 하루 전의 일인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. 머리가 깨질 것 같다. 쑤시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민해 보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해 낼 수가 없다. 일요일 아침, 시계가 7시임을 알려준다. 어제 대체 몇 시에 잤길래 이렇게 일찍 일어났을까?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. 아침답지 않게 어두운 게 왜인지 갑갑하다. 평소에는 이렇게 일찍 일어나더라도 다시 누웠지만 묘한 긴장감에 침대에서 벗어난다. 내가 어제 누군가 만나기라도 한 걸까? 평소와 같이 지저분한 책상 위에는 영수증이 올려져 있었다. 소주 4병, 맥주 8병, 총 12,800원 술에 진탕 취해서 쓰러져 잤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냉장고에 그대로 쌓여있는 술을 확인하고 나니 저 술은 내가 산 게 아니라.. 더보기 이전 1 다음